퐁당쇼콜라가 몹시 먹고싶다는 어느 언니의 작명으로 당분간 저는 쇼콜라입니다.
- 2009/11/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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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 마법사고일까요?"
가로는 소리내어 읽던 서류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 질문이 들리긴 한 모양인지 소파 위에 둘둘 말려있던 덩어리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불을 잔뜩 말고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발인지도 알 수 없는 몰골로 누워있던 남자가 느릿느릿 꿈틀거리는 꼴은 참으로 한심하게 보였다. 아무리 봐도 애벌래보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힘든 그 모양새를 보고 가로는 토하는 시늉을 했다. 물론 이불 속에 들어있는 남자는 그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추우니까 말걸지 마, 하고 웅얼거리는 대꾸가 들렸다. 천과 솜과 다시 천에 걸러지고 또 걸러진 그 목소리를 가로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저 남자가 찬바람이 불자마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애벌래가 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저 꼴이 세달째였다.
"아, 좀! 일어나요!"
가로는 지긋지긋한 이불덩어리를 짤짤 흔들었다. 이불 덩어리가 으으아으아으으아하고 울었다. 거의 내용물을 섞어버릴 기세로 흔들고 있는데도 손 하나 튀어나오지 않는다는게 또 열받는다. 남자의 얼굴보다 훨씬 익숙한 이불 무늬를 쥐어 뜯듯이 잡아당기던 가로는 그래봤자 내용물이 아프진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다 저 사람이 앞에 서있고 뒤에 이불이 말려있다면 이불을 향해 인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어나라고!"
"ㅏㅏ으ㅏㅣㅣㅇ."
"일어나!!!"
"ㅇㅣㅣㅓㄹㅇㅜㄹ!"
"뭐라는거야!"
결국 가로는 계속 알아먹지 못할 소리로 우는 이불덩어리를 집어던져버렸다.
저 생물이나 저 물체 정도로 칭해버리고 싶은 저건 어쨌거나 그의 선생이었다. 마법병으로 인해 마법사가 된 가로는 주치의가 옆에 있어야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상위의 마법면허를 취득하면 벗어날 수 있는 제한이지만,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면허는 한정적 마법 사용이 가능한 2종 보통은 커녕 일상생활에도 마법의의 감시가 필요한 4종 특수다. 그러니 그의 일상생활을 감시하는 마법의사이자 상위의 면허를 따기 위해 필요한 수업을 해주는 선생이기도 한 저건 아무리 내다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종류의 무언가였다.
"제발 좀 일 좀 합시다. 네? 선생님. 제발요."
이불덩어리 앞에 쭈그려앉은 가로는 두손을 맞잡고 애원했다. 이불에선 대답이 없었다. 내용물이 상했나? 인간을 상대로 도무지 맞지않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 이불에서 소리가 났다. 역시나 으어어인지 아으아인지 하는 소리였지만 어쨌든 살아있긴 하니 만족할 수 있었다. 가로는 해석은 포기하고 자기 할 말만 하기로 했다.
"아시잖아요, 마법사고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대게 시급한 거라구요. 거기다 이게 만약 마법사고면 선생님이 제시한 가설에 맞는 경우잖습니까. 일부러 다영님이 보내주신 건데 이렇게 허송세월 하고 계심 어떡해요."
이불이 보일러를 돌리라고 대답했다.
"네, 다영님 엿먹이시려고 그러시는 거 저도 아는데요."
이불의 말을 못 들은 걸로 해버린 가로는 계속해서 떠들었다. 귀를 막을 수 있는 자세는 아닐 거 같으니 어쨌든 듣고 있긴 하지 싶었다.
"저도 뭔가 실적이 있어야 다음 면허 따요. 제가 솔직히 이것만 아니면 선생님 귀찮게 안 하거든요? 선생님 가설이 맞든 틀리든 관심도 없거든요? 선생님이 다영님을 엿을 먹이든 꿀을 먹이든 상관 안 할 거니까 제발 좀."
이불덩어리가 꿈틀꿈틀 움직였다. 가로는 헛된 희망을 잔뜩 품고 이불을 간절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는 정말로 저 이불덩어리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일상생활에 대한 감시 항목만 없는 4종 보통 면허만 되더라도 저 이불과는 바이바이다. 그 다음 면허야 안 따면 그만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마법세계랑은 영영 이별하고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어릴때야 젊은놈들이 소설 읽고 조폭이나 동경하듯 마법사를 동경한 적도 있었지만 솔직히 정말 마법사가 되보니 좋은 점이라곤 병역 면제 하나밖에 없다.
드디어 이불 밖으로 사람 얼굴이 보였다. 그동안 씻을때 말고는 밥먹을 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터라 거진 삼개월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반갑다기보다는 낯설었다. 정말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이불을 향해 말하게 될 것 같은 느낌에 진저리를 치는 가로를 향해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난 널 믿는다."
산발이 된데다 정전기까지 잔뜩 일어난 머리 때문에 모처럼의 진지한 대답도 웃기지도 않는 소리가 되어버렸다. 가로는 저 믿는다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헛소리처럼 들리는 이유가 선생의 몰골이 괴이해서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선생은 가로를 지긋이 바라보고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혼자 알아서 해."
"잠깐만, 선생님?"
말도 안되는 소리에 뭔가 대꾸를 하려는 찰나 갑자기 공간이 단절됬다. 마치 문이 열리는 것처럼, 혹은 책장이 넘어가는 것처럼 그의 눈앞에서 공간이 닫히고 열리는 것을 반복했다.
한국 공간계열 학파의 거장, 몇 안되는 세종급 마법사의 한사람인 가로의 존경스런 선생이 펼쳐낸 마법이었다.
"선생님!! 이게 무슨 짓이야!!! 선생님! 선생님-!!!"
순식간에 방 밖으로 쫒겨난 가로는 빠르게 닫힌후 철컥 소리를 내며 아예 잠겨버린 문을 쾅쾅 두들기며 소리쳤다.
이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마법사는 전부 미친놈이고 훌륭한 마법사는 전부 병신이란 소리가 있는거야! 가로는 분개하여 선생님을 부르짖었지만 그 선생님은 아마 다시 이불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가로는 선생이 얼굴을 내놓은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사물을 이동시키는 마법은 해당 사물을, 혹은 도착지점의 공간을 눈으로 보아 인식하는데서 시작된다. 선생이 삼개월만에 얼굴을 보여준 것은 마법을 써서 그를 내쫓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으아, 속터져!!!"
저 이불덩어리가 여기 덩어리져있는 동안에는 이 집 밖으로 한발짝 나가는 것도 위법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일어나라고! 아예 끈으로 묶어서 끌고다니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 전에 문부터 열어야 한다. 가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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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립니다. 졸린데 자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예요.
대낮에 졸린게 한계를 넘으면 오히려 자기가 싫습니다. 왜 그럴까..
햇볕이 정말 좋아요. 연노랑색이 나는 커텐 때문에 눈앞이 금색입니다. 와, 반짝거린다. 밤새고 저걸 보고있자니 자학하는 기분이네요. 책상을 이 위치에 놓은 건 별로 좋지 못한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근데 다른 위치에 놓으면 문이 눈에 안 들어오잖아... 문을 등지고 있거나 옆에 두고 있거나 하는 게 싫었어요. 한밤중에 혼자 깨어있는데 등뒤에서 문열리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무섭나요.
졸리다 못해 속이 안좋네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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